지지대와 쇠조임: 태풍으로부터 노거수를 지키는 공학적 장치들

 진짜 날씨가 왜 이러나 싶을 때가 많죠? 요즘은 태풍 한 번 왔다 하면 예전이랑은 기세가 다르더라고요. 길 가다 흔히 보이는 가로수들이 휘청거리는 걸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한데, 수백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우리 동네 노거수들은 오죽하겠어요. 덩치는 산만한데 속은 세월에 깎여 비어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얼마 전에도 제가 아끼는 마을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큰 나무가 어떻게 그 모진 바람을 다 견디고 서 있을까 하고요. 사실 거기엔 우리가 잘 모르는, 하지만 정말 치열한 공학적인 배려들이 숨어 있답니다. 그냥 쇠막대기 세워둔 게 아니더라고요.


나무도 지팡이가 필요해요: 지지대의 과학

사람도 나이 들면 무릎이 아파서 지팡이를 짚잖아요. 노거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수백 년 동안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다 보면 자기 몸무게를 못 이겨서 툭 부러질 위험이 크거든요. 특히 태풍이 불면 그 긴 가지가 돛 역할을 해서 바람을 고스란히 다 맞으니까요.

그래서 세워주는 게 바로 지지대예요. 보통 철재나 석재로 만드는데, 요즘은 나무 질감이랑 비슷하게 도색해서 티 안 나게 잘 세우더라고요. 근데 이게 그냥 땅에 박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예요.

나무가 자라면서 조금씩 움직이거든요.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지대 윗부분, 그러니까 나무랑 닿는 곳에는 완충재를 꼭 넣어요. 고무나 특수 패드 같은 걸로 감싸주지 않으면 지지대가 오히려 나무껍질을 갉아먹는 칼날이 될 수도 있거든요. 와, 이건 진짜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 아닌가요? 나무를 살리려다 오히려 상처를 주면 안 되니까요.

현장에서 보면 지지대 위치도 기가 막히게 잡아요. 하중이 어디로 쏠리는지,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다 계산해서 설치하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그냥 보기 좋게 세운 줄 알았는데, 그게 다 나무의 무게 중심을 고려한 정밀한 설계였다니.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구나 싶었죠.


찢어지지 않게 꽉 잡아주는 쇠조임과 당김줄

지지대가 밑에서 받쳐주는 역할이라면, 위에서 가지끼리 서로 의지하게 만드는 게 바로 쇠조임(Bolting)이랑 당김줄(Cabling)이에요. 이게 진짜 신기해요.

여러분, 혹시 나무줄기가 V자 형태로 갈라진 거 보신 적 있죠? 거기가 태풍 올 때 제일 취약한 부분이거든요. 바람이 세게 불면 그 틈이 쩍 갈라지면서 나무가 반토막 나버려요. 상상만 해도 너무 아깝고 속상하잖아요.

그래서 그 갈라진 틈 윗부분을 쇠막대기로 관통해서 고정하거나, 강철 케이블로 두 가지를 엮어주는 거예요. "야, 너희끼리 따로 놀지 말고 서로 꽉 잡아!" 하고 묶어주는 셈이죠.

쇠조임의 디테일

쇠조임은 나무 줄기에 구멍을 뚫어서 볼트를 끼우는 방식이라 처음엔 "어휴, 나무가 얼마나 아플까" 싶었거든요? 근데 노거수 전문가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방치해서 찢어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대요. 나무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어서 볼트 주변을 감싸며 더 단단해지기도 하거든요.

유연한 당김줄

반면에 당김줄은 좀 더 유연해요. 강철 와이어를 사용하는데, 바람이 불 때 어느 정도의 흔들림은 허용하면서도 한계치를 넘어가면 딱 잡아주는 역할을 해요. 너무 꽉 묶어두면 나무가 바람에 적응하는 힘을 잃어버리는데, 이 당김줄은 적당히 밀당을 한다고나 할까요? 진짜 영리한 방식이죠.


태풍이 오기 전, 우리가 몰랐던 준비들

작년 여름이었나? 엄청 큰 태풍이 온다고 난리였을 때, 근처 보호수 근처에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걸 봤어요. 사다리차까지 동원해서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시더라고요. 뭘 하시나 봤더니 당김줄 텐션을 조절하고 계셨어요.

겨울 동안 느슨해졌거나, 나무가 자라면서 팽팽해진 줄을 다시 맞추는 거죠. 이게 관리가 안 되면 오히려 나무를 조이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대요. 사실 우리 눈엔 그냥 쇠줄 하나 걸려 있는 걸로 보이지만, 그 안엔 수많은 계산과 애정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지지대를 세울 때 바닥 기초를 아주 크게 만든다는 거예요. 바람이 나무를 밀 때 지지대가 땅속으로 쑥 박혀버리면 안 되니까요. 콘크리트 기초를 아주 튼튼하게 쳐서 어떤 풍압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해요. 와, 이건 진짜 반칙이죠. 나무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다니.


마치며

솔직히 말해서,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게 제일 좋다고들 하잖아요. 하지만 수백 년을 버틴 노거수들에게 지금의 기후 변화나 도심의 환경은 너무 가혹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런 공학적인 장치들이 필요한 거겠죠.

지지대랑 쇠조임을 단순히 '쇠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무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인간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태풍이 와도 끄떡없이 서 있는 노거수를 보면, 아 저 녀석 뒤에는 든든한 과학적 백업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다음에 산책하다가 지지대 받친 나무를 보시면 한 번 자세히 봐보세요. "아, 저게 바로 나무 지팡이구나", "저 줄이 서로를 붙잡아주고 있구나" 하고요. 그럼 그 나무가 훨씬 더 기특해 보일 거예요.

여러분은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이번 주말엔 그 나무 안부도 물을 겸 산책 한번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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