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곤 하죠. 특히 마을 어귀를 지키는 수백 년 된 보호수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잖아요. 그런데 얼마 전 고향 동네를 지나다 정말 안타까운 장면을 봤어요. 마을 잔치를 한다고 그 커다란 느티나무 주변을 예쁘게 단장했는데, 글쎄 나무 밑동까지 흙을 아주 두툼하게 쌓아 올렸더라고요.
사람들이 보기엔 깔끔하고 좋아 보일지 몰라도, 사실 이건 나무한테 목을 조르는 거나 다름없거든요. 이걸 전문 용어로는 복토라고 부르는데, 왜 이게 우리 소중한 보호수들을 천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 제 경험을 섞어서 편하게 이야기해볼까 해요.
나무 뿌리는 땅속에서 숨을 쉬고 있어요
여러분, 나무가 잎으로만 숨을 쉰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예전엔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나무 뿌리도 우리처럼 산소가 필요하대요. 땅속에도 미세한 공기 구멍들이 있는데, 거기로 숨을 쉬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흙을 10cm, 20cm씩 덮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해 보세요. 우리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그 위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올린 채로 숨을 쉬어야 한다면? 진짜 끔찍하죠. 나무도 똑같아요. 갑자기 흙이 쌓이면 토양 속 산소 농도가 확 떨어지거든요.
특히 보호수처럼 오래된 나무들은 이미 그 땅의 환경에 수십, 수백 년간 적응해 온 상태잖아요. 뿌리 깊이도 딱 적당하게 자리를 잡았는데, 거기다 "보기 좋으라고" 혹은 "주변을 평평하게 만들려고" 흙을 들이붓는 건 정말 반칙이에요.
기껏 덮어준 흙이 독이 되는 과정
일단 흙이 덮이면 산소가 안 통하는 것도 문제지만, 습기가 안 빠지는 게 더 치명적이에요. 제가 예전에 가드닝을 조금 해봐서 아는데, 화분 분갈이 잘못해서 흙 너무 꽉 채우면 뿌리가 썩어버리거든요. 하물며 그 거대한 보호수는 오죽할까요.
습기가 배출되지 못하고 갇혀 있으면 뿌리 근처에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 돼요. 나무 밑동 쪽 껍질, 그러니까 수피라고 하는 부분이 눅눅해지면서 서서히 썩어 들어가는 거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셈이에요.
한번은 유명한 사찰 마당에 있는 은행나무를 본 적이 있는데, 주변에 돌담을 쌓고 흙을 채워놨더라고요. 근데 나무 잎 끝이 노랗게 죽어가고 있었어요. 전문가분께 여쭤보니 전형적인 복토 피해라고 하시더군요. 나무가 "나 숨 막혀요"라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거예요.
왜 우리는 자꾸 흙을 덮을까요?
사실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사람은 없죠. 대부분은 선의에서 시작돼요. "나무 주변이 너무 파여서 보기 안 좋네", "사람들 다니기 편하게 바닥을 좀 높여보자" 같은 마음들 말이에요. 아니면 비바람에 흙이 씻겨 내려가서 뿌리가 드러나니까 보호해주고 싶어서 흙을 가져다 붓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상태로 두는 게 때로는 최고의 보호가 돼요. 뿌리가 조금 드러났다고 해서 억지로 흙을 채우기보다는, 나무가 스스로 자라온 방식을 존중해줘야 하거든요. 나무는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서 바람과 비를 맞으며 최적의 생존 방식을 찾아온 존재잖아요. 우리가 갑자기 개입해서 그 균형을 깨트리면 안 되는 거죠.
보호수를 살리는 올바른 방법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이미 복토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 흙을 걷어내 주는 게 상책이에요. 나무 뿌리가 원래 있던 높이를 찾아주는 거죠. "에이, 설마 흙 좀 덮었다고 죽겠어?" 싶겠지만, 나무는 반응이 느려요. 사람처럼 바로 비명을 지르는 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서서히 기력을 잃다가 어느 순간 툭 쓰러져 버리거든요.
그리고 주변에 데크를 깔거나 벤치를 만들 때도 정말 조심해야 해요. 공사한다고 기계가 왔다 갔다 하면서 땅을 꾹꾹 밟으면 토양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거든요. 이것도 결국 복토랑 비슷한 효과를 내서 나무 숨통을 조여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은 가끔 나무 밑에 시멘트를 바르거나 돌을 꽉 채우기도 하시는데, 감성은 있을지 몰라도 나무 건강에는 정말 최악이에요. 차라리 물이 잘 빠지는 자갈을 얇게 깔거나, 나무 주변에 울타리를 쳐서 사람들의 발길을 조금 멀리하게 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죠.
마무리
나무는 말이 없지만, 잎의 색깔이나 가지 끝의 상태로 늘 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오늘 한번 주변에 있는 큰 나무들을 살펴보세요. 혹시 밑동이 너무 깊게 묻혀 있지는 않은지, 주변 땅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지는 않은지 말이에요.
수백 년을 버틴 생명이 우리 세대의 사소한 실수로 사라진다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우리 아이들도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게, 조금만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진짜 신기한 게, 흙만 제대로 걷어줘도 나무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게 바로 생명의 힘 아닐까요?
전문적인 학술/정보 사이트
국립산림과학원- 수목 생리 및 병해충, 보호수 관리 지침 등에 관한 전문 자료 제공
한국수목치료기술자협회 - 나무 의사 및 수목 치료 전문가들의 복토 피해 복구 사례 공유